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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49 제로웨이스트 다이어리 만들기 – 하루 쓰레기를 ‘가시화’하는 기록 루틴
    제로웨이스트 실천 2025. 10. 25. 03:16

    ‘보이지 않는 쓰레기’는 기록을 통해 드러난다

    제로웨이스트를 30일 넘게 실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의식적 소비’였다.
    텀블러를 챙기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도 어느새 택배 상자가 쌓여 있고,
    냉장고 속 유통기한 지난 식품이 나왔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문제는 쓰레기가 아니라 ‘인식의 부재’라는 것을.

    그래서 49일차부터 새로운 실천을 시작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다이어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다이어리는 단순히 ‘오늘 얼마나 버렸는가’를 적는 노트가 아니라,
    내 소비 패턴과 감정, 습관을 ‘시각화’하는 도구였다.
    記錄(기록)은 행동의 거울이다.
    나는 매일 쓰레기를 기록함으로써,
    내가 만든 흔적들을 눈으로 직접 마주하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다이어리 만들기 – 하루 쓰레기를 ‘가시화’하는 기록 루틴


    하루 쓰레기 기록하기 – ‘얼마나 버렸는가’가 아닌 ‘왜 버렸는가’

    다이어리를 처음 쓸 때는 단순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버린 쓰레기를 시간 순서대로 적었다.
    예를 들어,

    • 오전 8시: 커피 테이크아웃 컵 1개
    • 오후 12시: 도시락 랩 1장
    • 오후 3시: 간식 포장지 2개
    • 저녁 7시: 배달 음식 플라스틱 용기 1개

    하지만 며칠 후, 단순한 양의 기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걸 왜 버리게 되었는가’를 함께 적기 시작했다.
    이 질문이 정말 강력했다.

    “급해서 컵을 안 챙겼다.”
    “포장 없는 제품을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
    “배달이 편하다는 이유로 그냥 시켰다.”

     

     

    그렇게 기록을 계속하다 보니
    쓰레기 자체보다 ‘상황과 선택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즉, 쓰레기를 줄이는 핵심은 ‘의도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하루에 단 5분만 이 과정을 반복해도,
    내 소비 습관의 흐름이 한눈에 보였다.


    주간 분석 – 쓰레기의 ‘패턴’을 찾는 과정

    일주일간 기록이 쌓이자,
    나는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분류를 시작했다.
    종이류, 플라스틱, 음식물, 기타 이렇게 4가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항목의 비율을 막대그래프로 표시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내가 가장 많이 버리는 건 예상과 달리 ‘간식 포장지’였다.
    커피 컵이나 배달 용기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등장했다.
    이건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습관의 맹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다음 주부터는
    ‘간식 사기 전, 집에 과일이나 견과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기’라는 규칙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2주 만에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쓰레기 다이어리의 장점은 이처럼 피드백이 빠르다는 점이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소비가 눈앞에 보이니,
    내 행동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이건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시각화된 행동 교정 시스템’이었다.


    감정 기록 – 쓰레기에는 ‘기분’이 따라붙는다

    다이어리를 쓰다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생긴다.
    단순히 쓰레기의 종류를 적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감정과 상황이 함께 떠오른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포장 간식이 늘었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직접 요리를 하거나 외출 중 간식을 사지 않았다.
    즉, 내 소비는 감정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리 한쪽에
    ‘오늘의 소비 기분 지수’를 적었다.
    1부터 5까지, 소비 만족도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주 평균 점수를 계산했다.

    이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은 명확했다.
    감정이 불안할수록 즉흥적 소비가 늘고, 그만큼 쓰레기도 증가한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관리가 아니라, 감정 관리의 일환이었다.


    쓰레기 다이어리의 확장 – 가족과 함께, 팀으로 기록하기

    한 달쯤 지나자, 이 다이어리를 혼자 쓰는 게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족에게 제안했다.
    “우리 모두 하루에 버린 걸 간단히 써보자.”

    아빠는 사무실에서 종이컵 사용량을 적었고,
    엄마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기록했다.
    남동생은 학교에서 플라스틱 병을 얼마나 버렸는지 체크했다.
    서로의 다이어리를 비교하면서,
    우리 가족의 ‘쓰레기 지도’가 완성됐다.

    이후엔 주말마다 작은 회의를 열었다.
    “이번 주는 종이컵이 줄었네.”
    “배달 음식 줄이기 성공!”
    이런 대화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가족 중심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였다.
    쓰레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작은 성공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이 생겼다.


    쓰레기 다이어리는 ‘의식의 미러’다

    제로웨이스트 다이어리는 쓰레기를 줄이는 도구를 넘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식의 거울’이었다.
    물건을 사는 순간부터 버리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는 선택이 있었다.

    이제 나는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이걸 다이어리에 적고 싶을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한 문장이 내 행동을 바꾼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함이 아니라 인식의 지속성이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선택을 바꾸고,
    그 선택이 쌓여 지구의 온도를 바꾼다.

    당신도 오늘 하루 버린 쓰레기를 한번 기록해보자.
    그 단순한 행위가, 당신의 삶에 놀라운 ‘의식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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