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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52 이웃과 물건 공유 프로젝트 – 지역 순환경제의 첫걸음
    제로웨이스트 실천 2025. 10. 27. 23:08

    “버리기 전에 나누기”라는 생각이 바꾼 일상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쓰레기의 대부분이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이라는 사실이었다.
    집 한구석에 놓인 유리병, 다 쓴 화분, 안 쓰는 머그컵,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들.
    이 모든 게 나에게는 불필요해졌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물건’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2일 차의 주제는 ‘이웃과 물건을 공유하는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다.
    그동안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덜 사는 법’을 고민했지만,
    이날부터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순환시키는 법’에 주목했다.
    내가 가진 물건이 이웃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이는 순간,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담은 생생한 실천 기록이다.

    이웃과 물건 공유 프로젝트 – 지역 순환경제의 첫걸음


    버릴 물건을 분류하는 대신 ‘공유할 물건’을 분류하기

    첫 번째 실천은 단순했다.
    “이번 주말에 버릴 게 뭐 있지?”라는 질문을
    “이번 주말에 공유할 수 있는 게 뭐 있지?”로 바꿨다.

    생각보다 많았다.
    사용하지 않는 유리병 10개, 포장만 뜯은 컵 세트, 예전에 선물 받고 쓰지 않은 수건,
    그리고 이미 집에 두세 개씩 있는 화분 받침대.
    이 모든 게 그동안 ‘버려야 할 것들’ 목록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자 전부 ‘공유 가능한 자원’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집 근처 주민 커뮤니티 앱에 ‘물건 나눔 게시글’을 올렸다.
     제목은 이렇게 썼다.

    “쓰레기 대신 자원으로 돌려주세요 – 제로웨이스트 나눔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여러 댓글이 달렸다.
    “유리병 필요했어요!”
    “화분 받침대 가져가도 될까요?”
    “머그컵은 다음 주에 가지러 가도 될까요?”

    단 하루 만에 10개가 넘는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그 순간, 나는 ‘공유’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순환의 구조라는 걸 깨달았다.


     이웃과의 신뢰를 만드는 공유 규칙 세우기

    처음엔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이웃과 물건을 주고받는 게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물건을 받아간 뒤 연락이 끊기면 어쩌지?’

    그래서 나는 ‘공유의 신뢰’를 쌓는 규칙을 세웠다.

     

    사용 상태를 솔직하게 공개하기 – 흠집, 사용감, 세척 여부까지 사진으로 명확히 표시


    무료 나눔 원칙 유지하기 – 금전이 오가면 거래로 바뀌고, 관계의 의미가 사라진다


    약속된 시간·장소에서 직접 전달하기 – 택배 대신 짧은 대면을 통해 신뢰 쌓기


    감사의 표시를 글로 남기기 – 나눔이 끝난 후 후기 댓글을 남겨 서로의 경험을 기록

     

    이 단순한 4가지 규칙은 이웃 간의 ‘신뢰 기반 순환경제’를 만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남은 물건을 주고, 나는 다른 이에게 또 다른 물건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는 ‘개인 실천’에서 시작하지만,
    ‘공동체의 합의’가 있어야 지속가능하다는 걸.


    ‘나눔 프로젝트’를 넘어 ‘순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며칠 뒤, 나는 동네 주민 몇 명과 함께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은 ‘쓰레기 제로, 나눔 플러스’였다.
    매달 한 번씩, 각자 집에 있는 ‘안 쓰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을 들고 나와 교환했다.

    그 모임에서 나는 흥미로운 사실을 배웠다.
    ‘물건’보다 ‘이야기’가 먼저 공유된다는 점이었다.
    어떤 이웃은 낡은 유리병을 내밀며 말했다.
    “이건 예전에 우리 애가 학교 프로젝트 때 썼던 건데, 버리기 아까워서요.”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이 그 병을 받아가며 웃었다.
    “저는 이걸 조명 커버로 써볼게요.”

    이 단순한 순간 속에서 나는 ‘공유의 진짜 의미’를 느꼈다.
    물건이 아니라, 삶의 흔적과 감정이 오가는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공유의 방식을 확장했다.

    • 매주 한 번 ‘무료 나눔 박스’를 아파트 현관에 설치
    • 이웃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장터’ 계획
    • SNS 대신 커뮤니티 앱을 통해 지역 중심의 교류 지속

    특히 ‘무료 나눔 박스’는 예상외로 큰 반응을 얻었다.
    누군가는 유리병을 넣고, 다른 누군가는 책을 꺼내갔다.
    그 작은 상자 안에서 순환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유는 지역 순환경제의 첫걸음이다

    물건 공유가 단순한 친절을 넘어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건 ‘순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기본이 ‘생산-소비-폐기’라면,
    순환경제는 ‘사용-공유-재사용’의 구조로 전환된다.

    이웃과의 물건 나눔은 지역 단위의 순환경제를 형성한다.
    누군가의 필요를 이웃이 채워주고,
    물건의 수명을 늘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한다.

    그 덕분에 나는 불필요한 구매를 30% 이상 줄였다.
    필요할 때 “혹시 이거 빌릴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누군가 “우리 집에 있어요.”라고 대답해 줬다.
    그 한마디가 새로운 소비를 막고, 관계를 이어줬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는 혼자 실천할 때는 ‘절제의 기술’이지만,
    이웃과 함께할 때는 ‘순환의 문화’가 된다는 것을.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함께 사는 기술’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건 나 혼자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이웃이 함께해야, 비로소 지역이 변한다.
    나는 이웃과의 물건 나눔을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단지 환경 운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생활 철학’이라는 걸 느꼈다.

    이제 버리기 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혹시 이 물건, 누군가에게 다시 쓸모가 있지 않을까?”
    그 질문 하나가 내 일상을 바꾸었다.

    제로웨이스트는 물건을 덜 사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더 오래, 더 넓게 나누는 것이다.
    이웃과 나누는 순간, 쓰레기는 사라지고 연결이 남는다.

    오늘 당신의 집에도 아마 그런 물건이 있을 것이다.
    버리지 말고, 이웃과 나눠보자.
    그 나눔이 당신의 지역을 더 지속가능하게 바꾸는
    첫 번째 순환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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