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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 73 의류 수선으로 완성하는 지속가능 패션 루틴
    제로웨이스트 실천 2025. 11. 15. 09:16

    의류 수선으로 완성하는 지속가능 패션 루틴

     

     

    버려진 옷장, 다시 입는 용기가 되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나는 점점 ‘물건을 버리지 않는 습관’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옷장만큼은 여전히 나의 약점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리한다며 옷을 꺼내면,
    “이건 이제 안 입을 것 같아.”
    “유행이 지났네.”
    그렇게 나온 옷더미가 봉투 몇 개는 기본이었다.
    분리수거함에 옷을 넣으며 “이건 재활용되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실상 대부분의 옷은 소각되거나 해외 폐의류로 수출돼 버려진다.

    그래서 이번 73일 차에는 결심했다.

    “옷을 버리지 않고, 다시 입는 루틴을 만들자.”

     

    이 글은 단순히 ‘옷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패션을 바라보는 의식의 변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옷장 속 잊힌 옷들을 ‘다시 보기’

    의류 수선의 시작은 ‘바느질’이 아니라 관찰이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소매가 늘어난 니트, 단추가 떨어진 셔츠, 물든 바지 등
    조금만 손보면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수선 전 이렇게 구분했다.

    구분 상태 조치 방법

    A 부분 수선 가능 단추, 밑단, 올풀림 보수
    B 리폼 가능 기장 수정, 염색, 패치
    C 재활용 가능 가방, 행주, 리폼용 천으로 활용

    이 과정을 거치자,
    ‘버려야 할 옷’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부분의 옷은 시간과 정성만 투자하면 다시 입을 수 있었다.

    내가 직접 한 수선 사례

    소매가 늘어난 니트 → 반팔 베스트 리폼

    • 팔 부분을 잘라내고, 끝단을 말아 고정.
    • 봄·가을용 베스트로 재탄생.

    단추가 빠진 셔츠 → 비대칭 단추 리폼 셔츠

    • 일부러 다른 색 단추를 사용해 포인트로 살림.
    • ‘수선’이 아니라 ‘디자인 변화’로 인식되었다.

    무릎이 해진 청바지 → 앞치마로 리폼

    • 청바지 허벅지 부분을 잘라 앞치마 형태로 만들고,
      허리끈을 덧대 주방에서 사용 중.

    작은 수선이지만, 옷 한 벌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은 묘한 뿌듯함을 줬다.
    그건 단순히 ‘낡은 옷의 복구’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을 되살리는 과정’이었다.


    수선 루틴 만들기 – ‘버림’ 대신 ‘복원’의 시스템화

    옷 수선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면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상 속에 ‘의류 복원 루틴’을 시스템화했다.

    실천 루틴

    월 1회 옷장 점검일 지정

    •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옷장을 점검하고
      손상된 옷을 한데 모은다.
    • 봉투에 ‘수선 예정’, ‘리폼 예정’, ‘기부 예정’ 세 가지로 분류.

    집에서 가능한 수선은 직접, 어려운 건 지역 수선소 의뢰

    • 바느질이 간단한 것은 직접 하고,
      어려운 부분은 단골 수선소에 맡겨 ‘수선 문화’에 돈을 쓰기로 했다.
    • 이 과정에서 지역 경제도 함께 순환된다는 걸 느꼈다.

    ‘다시 입는 주간’ 운영

    • 새 옷 구매를 멈추고,
      리폼하거나 수선한 옷만 입는 일주일을 정했다.
    •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창의적 패션’이 가능했다.

    이 루틴이 정착되자,
    내 옷장 속 의류 폐기량은 70% 이상 감소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새 옷 쇼핑 욕구도 현저히 줄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사는 게 아니라, 마음이 비워지지 않아서 샀던 것’이었다.


    수선을 넘어, 지속가능 패션으로

    의류 수선을 계속하다 보니,
    이건 단순한 ‘개인 실천’이 아니라 패션 문화의 변화라는 걸 실감했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옷 한 벌을 새로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500리터에서 많게는 2000리터까지 이른다.
    그런데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고쳐 입는다면,
    이 모든 낭비를 단번에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안했다.
    “버릴 옷을 그냥 주지 말고, 함께 고쳐보자.”
    친구들과 ‘의류 리폼 워크숍’을 열어,
    바느질 실수도 웃으며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작은 실천이 주는 파급력은 의외로 컸다.
    “나도 해봐야겠다.”
    “이 옷이 다시 살아났네!”
    그 한마디들이 모여, 제로웨이스트의 확산을 이끌었다.


    옷 한 벌을 고치는 일은 나를 고치는 일

    의류 수선은 결국 ‘자기 회복의 과정’이었다.
    버리고 새로 사던 습관 대신,
    고쳐서 다시 입는 삶은 나에게 ‘시간의 존중’을 가르쳐줬다.

    이제 내 옷장에는 유행보다 오래된 정성이 자리한다.
    한 땀 한 땀 꿰매며 다시 태어난 옷들은
    내게 ‘소유’가 아닌 ‘관계’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브랜드가 만드는 게 아니라,
    옷 한 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옷장을 비우는 대신, 의미를 채워 넣는 일.
    그게 바로, 내가 73일 차에 깨달은 제로웨이스트 패션의 진짜 본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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