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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ay.8 제로웨이스트 실패담 – 망한 실천도 기록해보기
    ESG, 제로웨이스트, 환경 2025. 8. 4. 09:05

    🟡 실패도 실천이다. 아니, 실패야말로 실천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을 때 나는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텀블러를 챙기고, 장바구니를 들고 포장 없는 채소를 사며 뿌듯해했다.
    “이제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만에 습관을 깜빡했고,
    바쁜 날엔 배달을 시켜버렸고,
    세탁기를 돌릴 때도 매번 친환경 세제를 쓰진 못했다.

    어느 순간 나는 실패하고 있었다.
    그 실패가 쌓이자, 자책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나는 결국 안 되는 사람인가?’ ‘제로웨이스트는 일부 사람들만 가능한 거 아냐?’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멈추고, 실패를 기록하기로 했다.
    잘한 것만 기록하는 실천 기는 의미가 없다.
    망한 경험 속에서 나도 배우고, 누군가도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기록이다.


    🟢 제로웨이스트 실패담 – 망한 실천도 기록해보기

     

     

    🔵 실패 1: 텀블러 챙기기 실패 – 3일 연속 깜빡

     

    텀블러는 내가 가장 먼저 실천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두고 나왔다.
    하필 그날은 외근이 많은 날이었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일정이었다.

    결국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도 또 깜빡했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아, 또 안 챙겼네…’라고 뒤늦게 떠올랐다.

    실패는 그렇게 연속으로 찾아왔다.
    습관이 되지 않은 실천은 작은 흔들림에도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며칠 동안 그냥 텀블러를 포기해 버렸다.
    “어차피 계속 못 챙길 바엔 그냥 마시자.”
    그 생각이 자책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을 만들었다.


    🔵 실패 2: 배달 음식 폭주 – 일회용 플라스틱의 역습

    어느 주말,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날이 있었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장 보러 나갈 힘도 없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배달앱을 열었다.

    첫날은 그냥 한 번.
    둘째 날은 남은 음식 데우기 귀찮아서 또 한 번.
    셋째 날은 친구가 놀러 와서 또 배달.

    그 주말 동안 내가 쌓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 자루가 넘었다.
    투명 용기, 검은 포장, 젓가락, 소스 봉지, 비닐봉지…
    그걸 분리수거함에 버리며 나는 속으로 수백 번 외쳤다.
    “망했다. 이건 아니었는데…”


    🔵 실패 3: 고체 샴푸 좌절기 – 비누처럼 녹아내림

    욕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고체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했고, 향도 좋았고, 거품도 잘 났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문제가 생겼다.

    습기 찬 욕실에서 고체 샴푸가 말랑해지고 물러지기 시작했다.
    비누 받침도 미끄러웠고, 매번 들었다 놨다 할 때마다 조각조각 부서졌다.
    한 달도 안 돼 반 이상이 녹아 없어졌고, 결국 나는 일반 샴푸로 돌아갔다.

    물론 고체 샴푸를 잘 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에게는 보관, 사용, 세척까지 전반적으로 너무 번거롭고 불편했다.
    환경에 좋다는 건 알지만 ‘안 쓰게 되는 제품’은 결국 낭비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 실패 4: 친구들과 외식 – 어쩔 수 없는 순간들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면 상황이 달라진다.
    나는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지만 친구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카페에서 종이컵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할 때는
    일회용 용기를 그대로 받아오게 된다.

    혼자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친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점점 무뎌지고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 실패가 쌓일 때, 나는 어떻게 회복했을까?

    ① 완벽하려는 마음을 내려놨다

    나는 처음에 모든 걸 다 바꾸려고 했다.
    그래서 하나라도 실패하면, 스스로를 탓했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불완전한 시도들의 합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 하나라도 줄였다면, 그건 성공이다.”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② 실패도 기록했다

    예전엔 잘한 일만 메모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달 시킴’, ‘텀블러 안 챙김’, ‘일회용 컵 사용’ 같은
    실패도 모두 기록한다.
    그렇게 하니까 패턴이 보이고 개선할 방법도 찾게 된다.

    기록은 나를 꾸짖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③ “다시 하면 돼”라는 말의 힘

    가장 중요했던 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또 실패했네”가 아니라,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실천은 단절이 아니라 반복이다.
    넘어지더라도 계속 걷는 사람만이 도착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 했다.


    🟢 실패 속에서 배운 진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순조롭기만 했다면 나는 몰랐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플라스틱 줄이기’가 아니라
    소비를 대하는 태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까지 포함된 삶의 방식이라는 걸.

    실패는 그걸 더 깊이 알게 해 줬다.

    • 매일 텀블러를 챙기지 못해도
    • 배달을 끊지 못해도
    • 고체 샴푸가 불편해서 다시 액체 샴푸를 써도

    나는 여전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마음이다.


    🟡 결론: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과정이다

    사람들은 제로웨이스트를 하면 ‘대단하다’, ‘의식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제로웨이스트는 실패투성이었다.
    잊고, 포기하고, 흔들리고, 다시 시작하고… 그 반복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망한 실천도, 쓰레기 더 만든 날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
    그것이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 실패는 이미 의미 있는 실천이다.

    나는 오늘도 어떤 건 실패하고, 어떤 건 성공하면서
    조금씩 덜 버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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